둘째가 태어난 지 거의 백일이 다 됐다. 둘째가 생기고 태어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존재는 둘째가 아닌 바로 첫째이다. 둘째를 낳기 전부터 주변에서 첫째와 둘째에 관련된 조언을 많이 들었다. '첫째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주고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 ' 첫째가 동생에게 발길질 한다.' 등이다.
현재 28개월인 우리 집 첫째는 흥이 넘치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집에 있는 모든 인형도 마치 살아있는 친구처럼 잘 챙기고 돌봐준다. 어린이집에 있는 여자 동생도 굉장히 좋아한다. 난 동생에 대한 첫째의 질투가 염려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가(심지어 인형들마저 저렇게 예뻐하는 아이가) 과연 질투라는 것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날 동생을 맞은 첫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단, 입만 웃고 있었다. 감출 수 없는 어색한 억지웃음이 역력했다. 입으로는 동생이 좋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왠지 슬퍼보였다.
며칠 후부터 동생에 대한 첫째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동생이 누워있으면 꾹꾹 밟는 건 기본이고, 꼬집고 물건을 던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수유 중엔 방해 공작과 함께 동생이 쓰는 물건은 손수건이든 뭐든 다 뺏어갔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첫째는 거실에 둘째는 다른 방에 격리해서 만나지 못 하게 했다.
둘이 친해질 기회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육아서적과 함께 동생이 생기는 첫째에게 읽어주면 좋은 동화책 여러권을 빌렸다. 둘째 출산을 앞둔 엄마 혹은 동생에게 질투가 심한 첫째를 위한 동화책을 찾고 있는 엄마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읽을 책들을 소개한다.
1. 내 동생이잖아/ 글 강민우, 그림 박정민/ 아람
은우는 동생이 갖고 싶다. 자신이 아끼는 곰돌이 인형과 윤수네 울보 동생과 바꾸자고 하지만 윤수는 거절한다. 보라네 똥싸개 동생과도 바꾸려고 하지만 보라 역시 거절한다. 실망한 은우는 눈물을 터뜨리지만 결국 동생이 생겼다는 소식과 함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책은 그림이 단순하면서도 아기자기 귀엽고, 글밥도 많지 않다. 28개월 된 우리 첫째에게 보여주기에 좋았다. 내가 읽어주니 첫째도 집중해서 그림책을 봤다. 이 책은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2. 쟁이 쟁이 내 동생/ 글 류일윤, 그림 강윤미/ 글 뿌리
송이 동생은 울보, 먹보, 똥싸개, 심술쟁이, 욕심쟁이, 고집쟁이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송이한테만 양보하고 동생 편만 드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다. 하지만 동생이 아파 병원 간 틈에 할머니가 송이도 어렸을 때 울보, 먹보, 똥싸개, 심술쟁이, 욕심쟁이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동생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끝난다.
이 책은 첫째가 4살 이상은 돼야 읽어주기 좋은 것 같다. 왜냐면 이 동화책에서 묘사된 기저기 안 갈려고 떼쓰고, 욕심부리고, 고집부리는 동생의 모습이 우리 첫째의 모습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첫째에게 읽어주면서 "동생이랑 우리 00이랑 똑같네?" 이 말을 반복한 것 같다. 그림 역시 쟁이쟁이 내 동생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림 자체는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3. 동생 공룡 돌보기/ 글 질 에스바움, 그림 마이크 볼트 / 그레이트 북스
이 책은 집에 있는 도레미 곰 전집에 포함된 책이다. 동생이 태어나길 기다리던 오빠 공룡이 동생이 태어난 후 동생을 돌봐주는 내용의 책이다. 소개된 다른 책들보다 뭔가 더 동화스럽고 익살스러우면서도 귀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도레미 곰은 음원이 있기 때문에 음원과 함께 들려주면 좋다. 공룡 캐릭터가 주인공이라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 친근감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4. 엄마를 빌려줄게/ 글 최재숙, 그림 강전희/ 미래엔 아이 세움
동생이 태어난 산이는 동생을 매우 좋아하고 잘 챙긴다. 엄마는 그런 산이의 마음을 몰라주고 산이에게 핀잔만 준다. 그리고 모두 동생에게만 관심을 주고 산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산이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고 급기야는 동생을 미워하게 된다. 이런 산이의 마음을 알고 아빠가 위로해주면서 동생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동생에게 엄마를 빌려주자고 한다.
이 책은 동생으로 인한 첫째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잘 표현한 책이다. 엄마를 빌려준다는 말이 재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뭉클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그림이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기에는 살짝 성숙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첫째에게 읽어주기 좋았다.
나는 둘째가 태어나고서야 동생과 관련된 동화책을 첫째에게 보여줬는데, 첫째가 태어나기 전부터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앞으로 첫째와 둘째의 우애를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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